오늘 아침 날씨가 좋고 비가 그친 뒤 이틀째라 황톳길 환경이 맨발 걷기 딱 좋을 거라 생각했다. 사천성 죽엽청 우려를 나가려던 찰나 구민 차벗님이 연락해 자주 가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거길 어떻게 아시지 신기했다. 여기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분은 얼마 전에 와서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나의 아지트가 우리의 아지트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나오기 전에 먹고 싶은 차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하셨는데 나는 차를 잘 몰라서 내 신조는 남이 쥐어주는 차가 맛있고 좋은 차라는 거라 했다.
그래서 먹여주고 싶은 걸로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독특하고 맛있는 차를 보여주겠다며 며칠 전 방처사님께 받은 대설산 야생 홍차와 대설산 보이생차를 챙겼다.
오늘도 아침부터 식빵에 의지해 만수가 만든 고뿔차부터 시작해 차를 많이 마셨다. 고뿔차도 맛있고 서호용정도 맛있다.
게다가 이 지역을 다녀오신 분의 썰까지 더해져 재밌었다. 여기는 물이 점도가 있어서 동전을 넣으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물을 먹고 자란 나무라 차가 좋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중국 명차로구나 끄덕끄덕 하고, 몽정감로가 이름처럼 참 맛있었다.
이름이 왜 감로인지 바로 이해되는 맛이었다. 26 두춘 대설산 고수 야생홍도 전홍같은 부드러운 향과 단맛이 좋았다. 이 차는 내가 받은 차지만 어깨뽕이 올라왔다.
릴레이로 식빵 뜯어먹으며 황차 녹차 홍차 보이차 등을 마셨다. 그리고 아주 비싼 차였던 석귀는 맛이 강하다.
강함 속에 부드러움이 있고 향기도 있고 단맛도 있어 맛있었지만 왜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는 맛이었다. 그게 바로 비싼 차의 맛이라는 걸까 싶었다.
차벗님들은 이미 다 마셔봐서인지 지난 번보다 맛있다며 투차량을 많이 넣어야 한다고 했다. 비싼 차가 맛이 없으면 투차량이 적은지 생각해 보라던 그 말이 내게도 큰 깨달음이 되었다.
빵을 먹다 구멍난 식빵 속에 나를 담아주는 듯한 농담도 나왔다. 물은 2.5리터 정도였고 다른 일행은 3리터쯤이었는데, 다 같이 받아들인 물이 많아도 아끼지 않고 부었다.
결국 대설산 야생 춘첨은 우리들 차가 아니고 자사호에 담기기도 했다. 오늘은 너무 많이 마셨다.
죽엽청도 내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차를 마신 뒤 한 바퀴 돌다 집에 왔다. 이쁘다.
그리고 오늘 보이차 중에서는 첫순서였던 대설산 야생 보이생차의 포장지를 들고 왔다. 보이차 포장지는 그냥 좋다며 이유를 묻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유는 없다.
부드럽고 구수해서 밥알 끓인 물 같은 맛이 있고 향기가 독특하다고들 했다. 복숭아 향기라며 이런 찻잎으로 홍차를 만들어서 야생 홍차의 향기가 강한가 보다고 했다.
이 차는 아까워서 좀 많이 뽑아 마셨는데 뒤로 갈수록 맛이 더 좋았다. 마신 뒤에도 입 안의 느낌이 참 좋다 하셨고, 나중에 엽저를 보시고 모료가 좋은가보다 관심을 가지며 포장지를 사진 찍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셨다.
“저도 이거 받은 건데 반쪽 먹고 맛있어서 사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음... 비싼 차구나 하고 말았어요.
한 바구니까지는 무리고 쪼꼬미 한 줄 정도만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하시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다. 보이생차지만 굉장히 부드럽고 밀도가 촘촘하며 향긋하고 마무리까지 기분 좋은 산미가 있어 차를 좋아하는 사람도 엄지척할 만한 차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두루두루 백차를 제외하고 다 마셨는데 오늘 마신 차들이 다 좋아서 날씨도 더 좋게 느껴졌다. 다음에도 개성 있게 맛있는 차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