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우편함을 확인해보라는 댓글을 보고 포랑과 하회탈을 받았다. 포랑 찾아다닌다는 내 행적이 아직도 남아 있음이 반가웠고, 오히려 이번 선물이 더 반가웠다.

누군가 포랑을 팔면 바로 알려주겠다던 마음은 이제 가격 대신 소장 가치로 바뀌었다. 반가운 마음에 아침엔 포랑으로 시작하고 오후엔 자사호에 홍차를 우려 마실 생각이다.

포랑을 우려 먹는 동안 아지트에 차 마시러 가자고 연락이 와서 나가려는데, 정리하던 중 귀여운 게 눈에 들어왔다. 동그랗고 단단해 보였는데 풀지 못한 게 없을 리 없다고 보는 순간 꽃봉오리 같기도 하고 열매 같기도 했다.

제다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물질들이 귀엽고 반가웠다. 예전에는 플라스틱 끈이나 머리카락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자체가 하나의 흔적일 뿐이다.

누군가는 벌레가 나왔다고 하지만 아직은 그런 일이 없었다. 옛날에는 포대가 귀하던 시절이라 옥수수나 쌀 같은 곡식이 나오는 일도 흔했다고 들었다.

벌레를 본 적은 없지만 열매 같아 보이는 존재가 의외로 단단해 놀라웠다. 그리고 오래 꿈꿔왔던 자사호에 홍차를 우리려면 진권호를 챙겨 개호하고 말려 놓은 새 자사호를 개시해 보았다.

전홍 용주를 우려 맛 비교를 위해 개완으로 옮겨 마셨는데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전홍의 향과 부드러움이 그대로였다.

생각보다 자사호가 차의 향이나 맛을 크게 먹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다만 이 홍차가 습을 먹었다면 잡내가 더해져 맛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번 문산포종처럼 말이다. 그런데 단니에 대한 추천도 궁금해 다음에는 단니를 손에 넣을 날이 오길 기대한다.

오늘의 찻자리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23 호태호 애뢰산 야죽림 고수였다. 사과주스 같고 사과 사탕 같은 맛이 최고였고 보이생차가 어찌 이리 순하고 사과즙 같은 맛을 내는지 신기했다.

주변의 청단풍나무처럼 싱그러웠다. 우란갱 육계도 마셨는데 차가 잘못된 걸까 쓰고 매웠다.

육계라 매울 수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쓰다니 아쉽다. 얼마 전 알게 된 대설산 야생 홍차도 기대에 비해 다소 다르게 느껴졌다.

내포성도 좋다고 들었는데 한 포에서 두 포로 넘어가며 맛과 향이 밍밍해져 버린 느낌이다. 홍차는 역시 쇄청이지!

오늘도 차를 무려 9가지나 마셨다.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다가 배가 부르게 되니 더 여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