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두춘 대설산 야생고수홍을 자사호에 우려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한다. 건엽이 참 예쁘고 찰랑이는 잎의 윤기에서 자연의 생동감을 먼저 받았다.

자사호로 차를 준비할 때마다 뚜껑을 열고 물을 부을 때도 대설산의 홍차 향이 훅 올라와 주위 공기를 한층 화사하게 만들었다. 이 향은 향긋하고도 달콤한 뉘앙스를 남기며, 차를 향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즐거움이 된다.

자사호로 우려도 맛은 어떨지 두근거림을 안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추출했다. 맛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다채롭게 펼쳐졌다.

특유의 얼큰하고 약간 매운 듯한 화한 시원함이 입 안에 남아, 첫 잔에서부터 긴 여운을 남겼다. 얼음처럼 차갑다기보다 포근한 산미와 깔끔한 뒷맛이 어우러져 음미하는 동안 점점 또 다른 층을 열어 주었다.

향긋함과 함께 단맛의 균형이 좋았고, 산미가 과하지 않게 정돈되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자사호의 보온력 덕분에 첫 잔에서 끝 잔까지 온도 차이도 크지 않아, 차의 본래 분위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엽저가 탄력이 있어 잎이 작더라도 도톰하고 탄력 있게 남아 뭉개지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차를 내리는 동안 잎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기분 좋게 다가와 손으로 살살 만지작거리는 작은 즐거움도 선사한다.

자사호로 흑차만 우린다는 편견이 점점 깨지는 느낌이다. 이번에 홍차와 우롱차까지도 충분히 우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고, 우려의 다양성에 눈을 떴다.

이 차의 매력은 기본적인 향과 맛의 조화뿐 아니라,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산과 바람의 질감까지도 함께 느끼게 한다. 계절의 차향을 자사호 속에 담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이 주는 여유가 크다.

앞으로도 이 자사호로 다양한 차를 시도해 보려 한다. 맛있는 차를 더 자주, 더 오래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차의 세계를 탐험하는 나의 작은 여정은 계속된다....